5월 20일, 비바람이 몰아치는 수원종합운동장에 5,763명의 관중이 몰렸거든요. 8년 만에 성사된 남북 클럽 축구 맞대결이라니, 저도 솔직히 심장이 뛰더라고요. 그런데 경기보다 더 뜨거운 논란이 터졌습니다.
바로 정부가 남북협력기금 3억 원을 들여 꾸린 '공동 응원단' 이야기인데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시민단체들이 응원단을 조직했습니다. 문제는 이 응원단이 홈팀인 수원FC 위민이 아니라, 원정팀인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만 열렬히 응원했다는 거예요.
세금으로 만든 '공동' 응원단이 한쪽 팀만 응원한다? 이게 말이 되나 싶었죠.
응원단, 정확히 어떻게 응원했길래?
내고향 선수들이 워밍업하러 나오자 응원단은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고 해요. 반면 수원FC 위민 선수들이 등장했을 때는 비교적 조용했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경기 중에는 수원이 공격하는 상황에서도 '내고향'을 연호했고, 북한 팀이 골을 넣을 때 더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수원 주장 지소연의 페널티킥이 실축됐을 때 박수를 치는 응원단 멤버들도 있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저는 이 뉴스 보면서 좀 당황했는데요. 남북 교류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동' 응원이라면 양쪽 모두에게 공정한 박수를 보내는 게 맞지 않나 싶거든요. 홈 경기장에서 홈팀 팬들이 느꼈을 허탈함이 상상이 됩니다.
깃발도 없고 인공기도 금지, 그래도 뜨거웠던 현장
이번 경기에서는 인공기와 한반도기 모두 반입이 금지됐어요. 응원 도구도 변변찮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궂은 날씨를 뚫고 수천 명이 모인 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경기 결과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이 2대 1로 수원FC 위민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북한 선수들의 실력은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어요. 특히 역전 헤더골 장면은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죠.
12년 만의 남북 여자축구 맞대결, 경기력만큼은 양 팀 모두 박수받을 만했습니다.
북한 매체의 반응이 더 흥미롭다
재미있는 건 북한 매체들의 태도예요. 내고향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 방남 일정 같은 건 일절 보도하지 않았거든요. 3월 베트남 8강전에서 3대 0 승리 소식을 단신으로 전한 뒤로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승리하자마자 태도가 달라졌어요. 노동신문이 21일 자에 "내고향팀이 한국 수원팀을 2대 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고 보도한 겁니다. 방남이라는 민감한 사안은 쏙 빼고, '승리'라는 결과만 기사화한 셈이죠.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요. 북한 입장에서는 자국 선수단이 한국 땅을 밟았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하지만 이기고 나니 자랑할 건 자랑해야 하는 거잖아요. 결국 스포츠는 정치를 넘는 건지, 아니면 정치가 스포츠를 이용하는 건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어쨌든 이번 응원단 논란은 남북 스포츠 교류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숙제를 던져줬습니다. 교류 자체는 좋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좀 더 섬세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진짜 '공동'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