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동네 산책하듯 걷던 길에서 갑자기 하늘에서 바위가 떨어진다면, 상상이 되시나요? 지난 5월 8일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천 둔치로 이어지는 지하도 옆 경사로에서 높이 20m에서 대형 암석이 떨어져 지나가던 50대 시민이 목숨을 잃었거든요.
저는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충격이었어요. 산간 오지도 아니고, 대구 시내 한복판 산책로에서 낙석 사고라니요. 평소 시민 통행량이 꽤 많은 곳이었다고 하니 더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20년간 자란 나무뿌리가 바위를 밀어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대구 남구청 측 설명에 따르면, 암석들 사이에 약 20여 년간 나무줄기와 뿌리가 자라면서 자연 풍화 현상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거기에 사고 당일 최대 순간 풍속 초속 16m의 강풍까지 불면서 바위가 버티지 못하고 떨어진 거죠.
CCTV를 분석해 보니 바위가 경사면을 굴러 내려온 게 아니라, 20m 높이에서 그대로 전도(앞으로 넘어짐)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평균 풍속도 초속 9m였다고 하니, 그날 바람이 정말 거셌던 거예요.
20년 넘게 방치된 자연 암반, 그 사이로 자란 나무뿌리가 결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셈입니다.
법적 관리 대상조차 아니었다는 충격
이 사고에서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어요. 해당 비탈면이 급경사지법에 따른 안전 점검 대상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자연 암반 구역이라는 이유로 산사태 위험지역이나 급경사지 관리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던 거죠.
쉽게 말하면, 아무도 이 바위가 위험한지 점검할 의무가 없었다는 이야기예요. 시민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길 바로 위에 20m짜리 바위가 있었는데도요. 이건 제도적인 사각지대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관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점검도, 예방 조치도 없었습니다. 법의 빈틈이 만든 비극이에요.
이제라도 바뀌어야 할 것들
현재 대구경찰청은 행정 당국의 업무상 과실 여부를 수사 중입니다. 법적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면책 사유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시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주의 의무마저 소홀했다고 볼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자연 비탈면은 대구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있거든요. 도심 속 오래된 절개지나 자연 암반 위에 산책로가 조성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적인 자연 비탈면 전수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진 이 사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산책로 하나 걷는 것도 안전해야 하잖아요.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