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선업이 역대급 호황이라는 뉴스,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이 호황의 과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바로 국내 중형조선소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엔 "조선업 호황이면 다 같이 좋은 거 아냐?"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니 완전히 딴판이더라고요. 중형조선사들이 수주 계약을 따놓고도 날려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겁니다.
핵심은 바로 선수금환급보증(RG)이에요. 배를 만들 때 선주한테 선수금을 받잖아요? 만약 조선소가 배를 못 만들면 그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그걸 보증해주는 게 RG입니다. 이게 없으면 아예 계약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거죠.
수백억 원 손실 위기, 중형조선소의 절박한 현실
실제로 한 중형조선사는 지난해 컨테이너선 3척 계약을 따냈는데요. 문제는 2척은 올해 6월까지, 나머지 1척은 7월까지 RG를 발급받지 못하면 선주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더 심각한 건, 이미 건조 작업을 시작했다는 거예요. 철판 자르고 용접하고 있는데, 갑자기 계약이 취소되면요? 수백억 원대 손실이 고스란히 조선소 몫이 됩니다. 솔직히 이건 좀 너무하다 싶더라고요.
RG 하나 못 받아서 이미 짓고 있는 배의 계약이 날아간다?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현실입니다.
국책은행의 충격적인 편중 실태
그럼 왜 RG를 못 받느냐. 국책은행들이 대형조선사한테만 몰아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수치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수출입은행 기준으로 지난 5년간 RG 발급 현황을 보면, 대형조선사가 99.3%(35조 2,752억 원)을 가져갔고 중형사는 고작 0.7%(2,307억 원)에 불과했어요.
산업은행은 중형사 비중이 37%, 무역보험공사는 23.7%로 그나마 낫지만, 수출입은행의 편중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죠. 국책은행이라면서 이렇게 한쪽으로만 쏠리는 게 맞나 싶어요.
금융기관 쪽 입장도 있긴 해요. 2010년대 조선업 불황 때 성동조선, 대선조선 같은 중형사들이 무너지면서 큰 손실을 봤거든요. 그 트라우마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진짜 문제는 중국에 시장을 내주는 것
업계가 가장 걱정하는 건 따로 있어요. 한국 중형조선소가 계약을 이행 못 하면, 국제 시장에서 "한국 중형사는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진다는 거죠.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우겠어요? 당연히 중국 조선소입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고 있거든요. 우리가 금융 지원 하나 제대로 못 해서 어렵게 따낸 수주를 중국한테 갖다 바치는 꼴이 되는 거예요.
조선업 호황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릅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중형조선소는 영영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어요.
조선업은 한국 제조업의 자존심 같은 산업이잖아요.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같은 빅3만 잘되면 끝이 아니라, 중형조선소까지 함께 성장해야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지는 거거든요. 국책은행이 과거의 트라우마에만 갇혀서 지금의 기회를 흘려보내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재고해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