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이라는 말, 정말 괜찮은 걸까요?
혹시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죠? 저도 어릴 때부터 워낙 자주 듣던 말이라 별 생각 없이 넘겼거든요. 그런데 최근 한 판결 소식을 접하고는 이 말이 참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부부싸움을 하던 중 아내를 폭행한 남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뉴스였어요. 솔직히 처음엔 '집안일인데 재판까지 갔구나' 싶다가, 곧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건 집안일이 아니라 엄연한 범죄니까요.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걸 '부부 사이의 일'로 뭉뚱그려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오늘은 그 지점을 같이 짚어보려고 합니다.
집행유예, 가벼운 처벌일까요?
많은 분들이 '집행유예면 그냥 풀려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저도 비슷하게 오해했었거든요. 하지만 집행유예는 엄연히 유죄 판결이에요.
법원이 형을 정해놓고, 일정 기간 동안 다시 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그 형의 집행을 면제해주는 제도거든요. 반대로 말하면, 그 기간 안에 또 사고를 치면 미뤄둔 형이 그대로 살아난다는 뜻이죠.
가정폭력은 '한 번의 실수'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집행유예 기간은 '한 번 더 지켜보겠다'는 사회의 경고이기도 해요.
다만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가 다시 같은 공간, 혹은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이게 가정폭력 사건이 일반 폭행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인 것 같아요.
왜 신고가 이렇게 어려울까요
가정폭력 통계를 들여다보면 늘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처음 폭력이 시작됐을 때 바로 신고하지 못하거든요. '이번 한 번만 참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 때문이죠.
경제적으로 얽혀 있거나, 아이 문제가 걸려 있거나, 혹은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사실 자체가 신고를 망설이게 만드는 거예요. 저는 이 대목에서 정말 답답했어요.
전문가들은 폭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와 빈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즉, 참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절대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요.
때리는 손은 한 번 올라가면 멈추기 어렵습니다. '사랑해서 그런 거야'라는 말은 폭력의 변명이 될 수 없어요.
혼자 견디지 마세요, 손 내밀 곳이 있어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얘기 같은데' 하시는 분이 계실까 봐 꼭 적어두고 싶었어요. 가정폭력은 112로 바로 신고할 수 있고, 여성긴급전화 1366은 24시간 상담이 가능하거든요.
혼자 끙끙 앓기보다 전문 상담사와 한 번만 이야기를 나눠봐도 길이 보일 수 있어요. 비밀도 철저히 보장되고요.
이번 판결을 보면서 저는 '부부싸움'이라는 단어부터 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싶었어요. 다툼은 다툼이고, 폭력은 폭력이잖아요. 이 둘 사이엔 절대 넘어선 안 되는 선이 분명히 있는 거니까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너무 당연한 말이, 왜 이렇게 자주 잊히는 걸까요.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용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