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베트남 친구가 매일 저녁 6시쯤 갑자기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 본 적 있으세요? 저는 처음에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거든요. 알고 보니 XSMB(Xổ số miền Bắc), 그러니까 베트남 북부 지역 복권 추첨 결과를 확인하는 거더라고요.
우리나라로 치면 로또 추첨 시간에 다 같이 TV 앞에 모이는 그런 느낌인데요. 그런데 규모랑 열기가 상상 이상이에요. 베트남에서 XSMB는 단순한 복권을 넘어서 거의 하나의 일상 문화로 자리 잡았더라고요.
매일 오후 6시, 하노이가 멈춘다
XSMB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매일 추첨한다는 점이에요. 우리 로또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면, 이건 일요일도 빠지지 않고 365일 추첨하거든요. 그것도 매일 오후 6시 15분에요.
2026년 5월 31일에도 어김없이 그날의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베트남 현지 매체들은 추첨이 끝나기 무섭게 당첨 번호를 실시간으로 쏟아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좀 신기했어요. 결과 확인 속도가 정말 빠르더라고요.
XSMB는 베트남 북부 사람들에게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의식 같은 거예요.
번호 하나에 담긴 의미들
재미있는 건 베트남 사람들이 번호를 고르는 방식이에요. 꿈에서 본 숫자, 가족 생일, 심지어 길에서 본 자동차 번호판까지 활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도 로또 번호 정할 때 비슷하잖아요?
특히 'lô đề(로데)'라고 불리는 베팅 방식은 두 자리 숫자를 맞히는 건데, 현지에서 어마어마하게 인기가 많대요. 솔직히 좀 놀랐는데요, 동네마다 결과를 종이에 적어 붙여두는 곳도 있다고 해요.
왜 이렇게까지 빠져드는 걸까
제가 이 소식을 접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매일 추첨이라는 구조 자체가 사람을 계속 묶어두는 것 같아요. 오늘 안 되면 내일, 또 내일이 있으니까요.
작은 금액으로 매일 기대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거죠. 퇴근길에 커피 한 잔 값으로 '혹시나' 하는 설렘을 사는 거예요. 그 마음, 사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다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것
다만 한 가지는 꼭 짚고 싶어요. 매일 하는 만큼 자칫 과몰입하기 쉽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베트남에서도 이 부분을 두고 사회적인 고민이 적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재미와 기대감은 딱 즐길 수 있는 선에서 멈추는 게 제일이겠죠. 멀리서 보면 그저 숫자 놀음 같지만, 그 안에는 한 나라의 일상과 문화, 그리고 소소한 희망이 담겨 있다는 게 참 흥미롭더라고요. 다음에 베트남 여행 가시면 오후 6시쯤 한번 주변을 둘러보세요. 의외의 풍경을 만나실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