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꼭대기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면 믿으시겠어요? 지난 5월 20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하루 동안 무려 274명이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기존 최다 기록이었던 223명을 훌쩍 넘긴 수치인데요.
저는 이 소식을 처음 듣고 솔직히 좀 놀랐거든요. 에베레스트라고 하면 극한의 도전, 생과 사의 경계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하루에 274명이라니 출퇴근 지하철도 아니고 말이죠.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올해 에베레스트, 왜 이렇게 사람이 몰렸을까
올해 봄 시즌은 좀 특수한 상황이었어요. 거대한 빙하가 등반로를 막는 바람에 시즌 초반에 등반이 늦어졌거든요. 그런데 5월 중순 날씨가 갑자기 안정되면서 그동안 대기하던 등반객들이 한꺼번에 몰린 겁니다.
게다가 올해 외국인 등반 허가자만 약 50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고 해요. 허가료가 1만 5,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74만 원까지 올랐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았다니 정말 대단하죠.
허가료만 2천만 원이 넘는데도 역대 최다 인원이 몰렸다는 건, 에베레스트 등반이 이제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해발 8,000m 위의 러시아워, 정말 괜찮은 걸까
문제는 이게 단순히 "사람 많다" 수준이 아니라는 거예요. 해발 8,000m 이상은 흔히 '죽음의 지대'라고 불리는 곳이거든요. 이 높이에서는 산소가 극도로 부족해서 대부분의 등반객이 보조 산소통에 의존해야 해요.
그런데 정상 부근에 긴 줄이 생기면 이 죽음의 지대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잖아요. 전문가들은 이 고도에서 장시간 체류하면 사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실제로 올해 시즌에 산악 가이드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등반객 비제이 기미레도 고산병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봉의 정상이 관광 명소처럼 붐비는 동안, 그 대가를 치르는 건 결국 사람의 목숨이더라고요.
에베레스트 등반, 도전인가 소비인가
요즘 에베레스트 등반을 보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과거에는 소수의 전문 산악인들만 도전했던 곳인데, 이제는 충분한 자금과 가이드만 있으면 경험이 부족해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됐거든요.
물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는 멋진 일이에요. 하지만 하루에 274명이 줄을 서는 풍경을 보면, 이게 과연 "도전"인지 "소비"인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네팔 정부 입장에서는 허가료가 중요한 수입원이니 인원을 쉽게 제한하기도 어렵고요.
개인적으로는 안전을 위한 일일 등반 인원 제한 같은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세계 최고봉이 누군가의 버킷리스트를 위해 존재하는 건 좋지만, 그 과정에서 생명이 위협받아서는 안 되니까요.
에베레스트는 여전히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의 위대한 존재잖아요. 274명이 하루에 오르든, 한 명이 오르든 그 높이와 위험은 변하지 않거든요. 산은 그대로인데, 사람의 욕심만 커진 건 아닌지 한번 돌아보게 되는 뉴스였습니다.